[기고] 인연(오월이)

수필가 박혜영

화성투데이 | 기사입력 2021/01/06 [09:41]

[기고] 인연(오월이)

수필가 박혜영

화성투데이 | 입력 : 2021/01/06 [09:41]

 

2020년 마지막을 보내면서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모이라 하자 각자 자신이 택한 음료로 가지고 주방으로 왔다.

 

남편은 문배주, 딸아이는 와인, 아들은 맥주, 지나간 한 해 되돌아보고 이야기라도 하려 하였지만, 아이들은 고양이에게 잠시 관심을 두곤, 각자 음식을 담아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사라진다.

 

집안에 함께 할 대화가 끊어진 지 오래되었다. 그나마 길고양이를 데리고 온 후 가족끼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고양이에게는 누구나 관심을 둔다.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오월이다.

 

집안에 함께 있어도 가족 단톡에 자신 의사를 대신하는 세대를 살며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언택트 활동이 익숙해진 가족이다.

 

싸늘한 공기가 도는 주방에 혼자 앉아 있자 우리 집 고양이 오월이 내 옆 의자에 살포시 앉는다. 오월이에게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을 거로 생각해 보면 더 가까움을 느낀다. 본래의 본성을 알지 못한 나는 덧씌워진 시야로 오해와 편견을 갖는다.

 

나는 사실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반면 딸아이의 동물사랑은 지나칠 정도이다. 어린 시절에 시장가면 토끼며 다람쥐며 다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였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혐오하는 동물까지 선입견 없이 좋아했다. 봄날 등산하려 산을 오를 때면 아이는 땅을 들여다보고 열심히 무언가를 길가로 옮기는 행동을 한다. 그게 무엇인가 하고 보면 겨우내 땅속에 있던 생물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애벌레들이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그 애벌레를 사람들이 밟는다고 하는 행동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길에서 미처 차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다한 고양들에게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하루는 늦은 귀가를 하는 아이 손에 상자가 들려있었다. 차에 치인지 얼마 안 되는 떠돌이 고양이 시체였다.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이번처럼 생생한 시체는 처음이다. 부삽을 들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 화단으로 향했다. 땅을 파고도 아이는 고양이를 묻지 않고 기다린다. 이미 살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온기가 식는 동안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따스함을 느낀다.

 

우리 집 근처에 몇 마리 고양이가 상주한다. 거기에는 내 아이의 행동과 무관하지 않다. 겨울에 임신한 고양이가 새끼를 낳을 곳이 없어 방황하면 우리 집 창고 문을 살짝 열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어린 새끼들이 음식을 찾으려 다니면 참치캔을 대문이나 꽃밭에 놓아둔다. 그러나 보니 고양이들이 우리 집을 배회하며 떠나질 않는다.

 

결국, 작년부터 피부병이 심한 어린 고양이를 한 마리 데려와 키우고 있다.

 

처음 아빠가 허락하지 않을까 싶어 일주일을 회사에 데리고 다니더니, 최후 통첩한다. “만약 아빠가 고양이를 밖에 놓아주면 자신도 따라 집을 나갈거야!” 선언을 한다. 그러나 신기하게 아빠도 오월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지금은 우리 집 가장 귀염둥이로 살고 있다.

 

 

 

요즘도 딸아이는 유기견 센터 봉사를 하러 갔다가 오는 날이면 동물을 키우다 버리는 사람들을 향해 폭언을 쏟아놓는다. 그러나 나는 오월이가 이쁘기도 하지만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인연의 소중함과 신비함을 일러준다. 내가 택한 만남이든 우연한 만남이든 신비롭다. 서로가 절대적 타인으로 존재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 신의 뜻을 생각하며, 지난해 새 식구가 된 오월이와 인연이 소중하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